영화 <에놀라 홈즈> 후기
'셜록 홈즈의 여동생 이야기'라는 소개만 들었을 때는 유명한 이름을 활용한 가벼운 스핀오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원작의 명성을 등에 업은 작품들이 종종 그렇듯, 익숙한 캐릭터의 후광을 빌려 잠깐의 재미만 주는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고, 그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추리 영화 한 편 정도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사건이 해결돼서가 아니라, 영화가 제 안에 오래 묻어 두었던 어떤 질문을 조용히 꺼내 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추리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동생이나 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 앞에 서겠다고 결심하는 한 소녀의 성장.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 씬 진솔했고, 그래서 더욱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